엘빈'감성쇼크
고도, 누구나 그를 기다린다.
엘빈
2009. 11. 26. 20:17
고도를 기다리며(2008)
한명구(블라디미르), 박상종(에스트라공), 전국환(포조), 박윤석(럭키), 김민석(소년)
한명구(블라디미르), 박상종(에스트라공), 전국환(포조), 박윤석(럭키), 김민석(소년)
이로써 세 번의 고도를 기다리며.
그러니까, 두번째를 끝으로 무려 7-8년 만이었나.
나의 디디는
그간, 세월의 깊이를 모자 그늘아래 놓아둔채
허리 춤에 손을 얹고 좀더 지치고 파리한 얼굴로 서 있다.
하릴없이, 하지만 그 분주한 발걸음이 탭댄스를 추는 양 요란한데,
그럼에도 무대는 적막하기만 하다.
좀 있음 고도가 올꺼야. 디디-
오십년을 함께 고도를 기다려준.
어쩌면 디디가 분주하게 언덕 위에 올라 사방을 살피는 건
필시 고도가 어디쯤 올런지 애타는 심정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한껏 풀이 꺽여 애처로울 만치 칭얼대는 고고의 곁에서
끝없이 물어봐주고 귀 기울여주고 달래고 안아주고
그리고 함께 고도를 기다려 주는 그 일상이
디디에겐 당장 고도가 나타나는 것보다 좀 더 중요한지도.
- 당신은 사실, 오늘도 어제처럼 고도는 오지 않는다는 걸 안걸까. 디디?
장장 3시간의 기다림을, 나도 저들과 함께 꼬박 고도를 기다리면서
그저 그렇게 어제처럼 오늘도, 그리고 오늘처럼 내일도 고도를 기다릴
디디와 고고와 나와 당신의 끝없이 밀려올 '삶'이 주는 무게가 새삼 뻐근하다.
디디와 고고는 끝내 고도를 만날까.
힘껏 당겨도 끊어지지않을 만큼 튼튼한 목줄을 구하게 될까.
목을 메면 기다림을 끝낼 수 있을까.
그 삶의 끝에서는 고도를 만나게 되는 걸까.
에스트라공: 이제 그만 가자아-
블라디미르: 갈 순 없다.
에스트라공: 왜애?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 참- 그렇지-
블라디미르: 갈 순 없다.
에스트라공: 왜애?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 참- 그렇지-
+
블라디미르, 한명구
에스트라공, 안석환
포조, 김명국
이들의 고도는 언제 다시 볼까.
베케트씨, 깊이 아로새긴 주름만큼이나 고단한 무게가 느껴져요.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마다 꼭 다시 생각나는 내 인생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