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퀸의눈물/짧은
도킹
엘빈
2009. 10. 21. 00:23
그런데...
내 방 창문은 아주 커요.
그 창문 너머로는 산이 있고 이른 해가 뜰 때마다 첫 햇살이 창을 타고 들어오는 동향이라
해가 긴 여름날엔 좀 귀찮기도 하지만 그래도 난 밖으로 난 내 방의 창문이 참 좋거든요.
게다가 도심 변두리 하늘 아래인데도, 바람이 불면 산들바람마냥 살랑거리며 꽃향기까지 덤으로 묻어온대요.
가끔 모두가 잠든 밤이면 창턱에 몰래 괴고 앉아 한모금 빨기도 해요.
맛은 없던데요.
그냥 한숨같이 뿜어나오는 연기가 좋아서요.
창에 매달려 있으면 하루를 꼬박 혼자 집 안에 있어도
세상을 향해 내 가슴이 활짝 열어젖혀진 기분이 들어요.
복잡스럽고 짜증나는 저 세상 말고,
별나라 달나라 하늘나라, 어쨌든 닿은 적 없었던 다른 세상에 도킹한 것 같은 느낌.
그럼 이제 슬슬 움직여볼까 싶어요.
그 세상 속으로.
기왕 뛰어드는 거 좀 더 나은 세상이길 바래요.
그 정도는...괜찮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