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빈'감성쇼크
삶에도 시차가 있어
엘빈
2009. 7. 13. 01:04
다지마가 말한 가타야마의 이야기란 이런 거다. 그가 읽은 책에 나오는 말인데 인간이란 원래 25시간을 하루의 주기로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24시간의 주기에 맞추다보면 한 시간의 차이가 생긴다. 그럼 이 한시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보통 사람들은 식사나 일이나 놀이 같은 일상적인 행윌르 반복하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몸을 속이고 시간을 잘게잘게 쪼개 맞추어가기 때문에 어느덧 적응하게 된다. 그러나 그 중에는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몸을 속이는데 실패하고 불면증에 걸리든지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 그래서 자신을 태어난 후로 줄곧 시차에 시달리게 되었다고 했지, 아마." 다지마는 나의 발 아래쪽 이불에 누워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말을 하던 가타야마의 표정을 떠올렸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때 나는 해외여행을 하며 겪는 시차병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던 것 같다. 물론 우리 중 누구도 해외여행 같은 건 해보지 못했지만. .. '시차병'. 다지마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때 가타야마가 한 말을 잊어버리고 있었을 것이다. 만일 진짜로 그가 시차 조정을 할 수 없는 일생을 보냈다면, 그건 과연 어떤 인생이었을까. 단 한시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그 기분은 어떤 것일까. 자신에게만 주어진 공백의 시간. 어쩌면 그것은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고독과의 싸움이 아닐까. 자신 이외의 모든 사라이 투명인간이 돼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체로 빈 시간이라는 건 자기자신이 만들어 냈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다. 만약 의무처럼 주어진다면 고통일 것이다. 가타야마는 도대체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 나는 말야, 다른 사람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 그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 그래? 뭘 생각하는데?" "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거야." 그의 대답에 우리는 웃었다. 생각하다가 벽에 부딪치면 그 상황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는 말일까. 자신이 왜 지금처럼 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한다는 그의 말에 으스스한 한기가 돌았다. 나같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인간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이를테면 걸어갈 때 오른발을 내밀고 난 다음에는 왼발을 앞으로 내밀어야 한다는 걸 매번 확인하려 한다면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을 것이다. 생각하는 행위는 그것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가. 생각한다는 것도 동작의 하나다. 몸이 시켜서 하는 일이다. 몸이 시키는 일은 많다. 잘난 체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머릿속의 사고회로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감기에 걸려 열이 나면 친구의 죽음조차도 큰 의미가 없다. 만약 철할자가 숙취 상태에 빠진다면 그 어떤 철학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철학보다는 물 한잔 달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러나 숙취는 단시간에 해결된다. 그럼 시차병은 어떤가. 원래는 이것도 금방 낫는 병이다. 그런데 그 병이 영원히 낫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사실을 몸이 눈치 채버린다면, 우선 희망이라는 것이 파괴돼버리겠지. 희망이 파괴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나로서는 가타야마가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서 무엇인가가 파괴되고 있었으리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또는 죽음으로써 마지막 남은 희망을 이루어내려고 했던 건 아니었을까. 과연 인간은 25시간이 주기로 된 동물일까. 그렇다면 매일 한 시간의 시차를 식사나 배설 같은 대수롭지 않은 일로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은 제멋대로 된 반사신경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나의 한 시간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단 말인가. 알 수가 없다. 나는 지금 흘러가는 시간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ㅇ벗었다. 그러나 정말로 나의 사간은 흘러가는 것이다. 반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거라면 하루하루는 크게 변할 것이다. 혹시 가타야마는 자신의 매일을 스스로의 의지로 흘려보내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무지무지한 에너지를 들여 인공적으로 강을 만드는 것처럼, 시간의 상류까지 스스로를 끌어올린 건 아니었을까. 한 시간의 높이를 가진 상류. 착각인 것 같기도 하고 진짜인 것 같기도 한, 단 한 시간. 야마다 에이미/ 나는 공부를 못해 中 '삶에도 시차가 있어' 2004/10/14 11:49:05 엘빈'감성쇼크 in alicejoke aka stylem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