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퀸의눈물/짧은

턱 끝에 있어

엘빈 2011. 2. 19. 21:34



문득 가슴에 뭔가가 고여있단걸 알았어.
콱,하고 틀어막힌 건 아니더래도 뭔가 조용하게 고여있다고.
처음 알아차렸을 땐, 그런가? 하고 말았어.
묵직하게 짖누르는 불편함은 아니었으니까.
숨쉬기가 곤란하다거나, 토해내고 싶어 견딜수 없는 이물감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딱 그정도였어. 아, 뭔가 있나?

평소에 늘 의식하고 있는 건 아냐.
자기를 잘 드러내지 않더라니까. 꽤 순해. 조용해.
그저 아주 가끔, 잊은 듯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정도야.
아, 아직 여기 있구나.
그것도 그때뿐이야. 불편하지 않았어.
아니 불편하지 않다고 생각했어.

근데 요즘들어, 아니 곰곰히 떠올려보면 꽤 얼마전부터, 어쩌면 내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일지도.
불쑥불쑥 성을 내.
내가 여기 있다고. 죽은듯 조용히 고여있어왔는데, 이젠 이만큼이나 차올라왔다고.
자란걸까.

계속 모른척할꺼냐는 식으로 말야.
일부러 모른척 고개를 돌렸던건 아닌데. 정말 외면했던건 아닌데.
근데 그렇게 성을 내네. 떼쓸 요량으로 울어대는 아이처럼.
그럴때마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나 사실 좀 곤란해.

눈치가 더딘건지, 무딘건지, 이제야 들여다보니
찰랑일듯 얕게 고여있는 줄 알았던 그게
어느새 우물이 됐더라구.
깊은거야. 너무.
아니 높은 건가?

위로 자라는 우물.

턱 끝에 있어.
가끔은 목구멍 너머로 꼴깍 침삼키기도 버거워.
목구멍이 열리는 순간 쏟아져나올까봐 좀 무섭기도 해.
입을 닫아버렸더니 이젠 눈물이 새네.
시도 때도 없이.
시린 바람 한줄기에도.

눈을 감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도 막아지는 게 아니더라구.
내 섣부른 행동이 잘못 건드렸나봐.
막힌 배관에 물이 쏠리듯 위태위태한 압력이 바르르해.
그 떨림이 느껴져.
아직 터지진 않았는데,
다행인걸까. 아니면 위험한 걸까.

모르겠어.

턱 끝까지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