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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4

안부를 묻다 막상 이렇게 펜을 들고 보니 그간에 안으로 삼키고만 말았던 그 수많은 말들은 죄다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지금 눈앞에 놓인 종이의 흰 여백이 부담스럽다 못해 막막할 지경이다. 잘 지내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번에도 이쯤에서 그냥 접어버리면 또다시 이렇게 펜을 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아니 어쩌면 다시는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시작하려고 한다. 지금 여기는 유난히 지리했던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이제 막 기승을 부린다. 이곳의 한여름 무더위란 게 너도 잘 알다시피 사람을 지레 지치게 하는 그런 게 있잖아. 게다가 올해는 유독 잦은 비와 무더위가 번갈아 찾아와 아주 맥을 못 추게 하기도 했다. 비를 좋아하던 너였지만 올 여름의 지리하고 변덕스런 장마비는 너 역.. 2009. 7. 23.
형 제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09. 7. 17.
미스터 K를 아세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실은 아까부터 저쪽에서 쭈욱 뵙고 있었는데, 혼자시더군요. 딱히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잠시 괜찮겠습니까? 아, 네네..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럼 제 소개를 좀 할까요? 저는 K라고 합니다. 뭐 딱히 궁금하실 리는 없겠지만, 어쨌든 이런 것도 다 인연이니까요. 뭐 고개만 돌려면 스쳐지나가는 그 흔한 사람들도 다 인연의 끈이라는데, 그래도 이렇게 인사까지 주고받는다면 대단한 인연 쯤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긴 그렇게 따지자면 우리는 하루에도 거미줄처럼 엉켜드는 인연의 홍수 속에서 금새라도 익사 할 듯 허우적거리는 꼴일지도 모르겠군요. 하하.. 혹시 제 이런 말투가 불편하신 건 아니겠죠? 만약 그렇다면 부담스러워말고 말씀하세요. 다른 뜻은 없습니다. 저는 다만 잠시 이야기를 나누.. 2009. 7. 10.
알약 아랫배는 알싸하고, 눈두덩은 화끈화끈. 졸음인지 두통인지 웅-하니 울려대는 머리속은 여름내도 안울었던 매미가 여지껏 우는데, 벌써 가을이라니요. 하늘은 휑한 가을을 닮아가고, 쓸쓸한 바람에 열심히 옷깃을 여미면서도 벌써 가을이라니요. 일이 꼬인다거나 재수가 없다거나 세상이 온통 태클투성이라거나 사람이 섭섭하다거나 한숨에 질식할 것 같으면서도.. 지금 내가 얼마나 먼길에 지쳐있는지 조차 무감해져버려 의식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덜컥 가을이라니. 가을이 되면 오지게 한번 앓아주는 내 유별난 계절병도 올해는 일상의 무게에 눌려 슬며시 꼬리를 감추는 건지 이제는 가을을 지독스레 타보는게 왠지 사치처럼 느껴지는 지금. 아무개씨 무엇을요. 제가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요. 무엇을 알려드릴까요. 무슨 처방을 내어드릴까요... 2009.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