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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빈'감성쇼크

르느와르, 평생의 아름다움

by 엘빈 2009. 9. 11.


Pierre-Auguste Renoir


빛을 품은 얼굴, 상기된 장미빛 뺨,
영롱한 눈동자, 물결치는 머리카락,
부드러운 손끝, 화려한 드레스,
넘실대는 색, 그리고 빛










                                                     


르느와르전을 한다는 걸 알고나서부터 내내 가야지- 했던 결심이 결국 전시종료 5일전에야 이뤄졌다.
내겐 너무 익숙하고도 새로웠던 르느와르.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예쁜 것이어야 한다"
"그림은 영혼을 씻어주는 선물이어야 한다"

음, 이런 명료한 주의 좋아.

르느와르의 이름 만큼이나 작품들은 우리에겐 너무 익숙했다. 피카소만큼이나..
오히려 그 익숙함이 진짜 르느와르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했던 것 같달까.

가장 평화롭고 안락하며 아름답고 따뜻한 순간만을 화폭에 담아온 그의 작품들을
그저 아름다움을 위한 아름다움일 뿐이라고 일견 비뚜름하게 바라왔던 게 없지 않아 있었기에
르느와르의 "행복"이란 화두가 새삼 새로웠던 게 사실.




르느와르의 작품중 가장 보고 싶었던게 바로 "광대옷을 입은 코코"와 "피아노치는 소녀들"
아아, 코코의 저 빛나는, 아름답게 주름진 사랑스런 광대옷이 웹으로는 이렇게 밖에 표현되지 않는다는게 슬플 뿐.
하얀 타이즈로 감싼 통통한 종아리도 너무 사랑스러워. 발갛게 상기된 통통한 사과뺨 만큼이나.



매번 모든 작품에서 느끼는 거지만, 르느와르의 작품을 더 생생하게 만드는 건 바로 여인의 상기된 뺨이라고 생각해.
금방이라도 새소리같은 웃음은 터트리며, 즐거워할것만 같은.
바라보면 미소를 띄우게 하는 힘. 이건가요, 르느와르?



정말정말 유명한, 그리고 익숙한, 그래서 더 반가운, 너무 궁금했던 - 피아노 치는 소녀들.
한가로운 오후, 처음받은 악보를 보며 기대에 차서 한음한음 따라가는 건반위 소녀의 손가락 - 그 느리지만 설레일 음정들이 방안을 사뿐거리며 다닐것만 같아. 나도 기대하며 귀기울이게 돼













도자기 공장에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화공으로 첫 발을 내딛은 르누아르는 그 이전의 어떤 화가도 이룬 적이 없는 유쾌하고도 아름다운 작품을 무수히 남기며 인상주의의 대가로 자리매김한다. 19세기 말 경 파리인들에게 사랑 받던 무도회장을 그린 <물랭 드 라 갈레트>(1876)는 나뭇가지 사이로 드리워진 초여름 햇빛을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젊은 남녀들의 모습과 함께 화폭에 담아내며 르누아르를 인상주의 대가로서 그 중심에 서게 한다.

이 같은 행복에 가득 찬 작품 속에서 그의 궁핍한 출생과 생활을 추측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르누아르는 어린 시절부터 부유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으며, 이후 화가로 활동하면서도 물감 살 돈이 없었을 정도로 절박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누아르는 결코 그의 화폭에 걱정과 우울 같은 비관적인 감정을 담아내지 않았고, 오히려 불우한 상황을 개의치 않는 즐거운 마음으로<뱃놀이 일행의 점심>(1881)과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시골 무도회>(1883)와 같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품들을 쏟아낸다.

오늘날 우리가 르누아르의 그림을 다시 새롭게 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른바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시작된 전 세계 경제난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르누아르는 시대를 뛰어넘어 그의 화폭에 담긴 하나 하나의 색채를 통해 생에 대한 낙관과 긍정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네이버,컬처플러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