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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빈'감성쇼크

페르난도 보테로를 만나다.

by 엘빈 2009. 7. 17.

Fernando BOTERO

기대만큼이나 아쉬운 여운만 남겼던 2008년 20th 라틴아메리카미술전 이후
기다림의 시간만큼 설레였던 페르난도 보테로展.

변죽을 끓이던 날씨가 왠일로 쾌청하야, 태양마저 지글지글한 목요일.
덕수궁미술관 앞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인산인해.;
그래도 마음만은 즐거워라- 룰루~

**

이번 전시테마는 정물 -  고전의해석 - 라틴의삶 - 라틴사람들 - 투우 - 서커스. (도록 참조, 기억이;) 




보테로의 작품을 보고있자면 개인적으로, 새삼 경탄하는 점이 바로 색감이다.
동화적- 설령 인물들의 무심함이나 무표정함이 음울한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해도 -일 만큼
부드럽고 뭉글한 색감들은 보테로작품의 가장 독특한 점인 양감을 극대화하는데 큰 일조를 하는데,
높은 채도의 강렬한 색상들마저 그의 작품 속에선 찌를듯한 날카로움보다는
그 원래의 속성-나무,과일,물, 금속-을 초월하는 일관된 말랑한 질감으로 먼저 다가온다.




이것이 바로 패러디의 정수!

너무나 유명한 보테로의 모나리자- 안타깝게도 이번 전시에서는 누락된;; - 와 같이 우리가 익히 잘알고 있던 거장의 작품을 보테로만의 극단적인 확대와 축소를 통해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거장들의 작품을 모작하여 희화화한다기 보단 완벽히 재해석 해내고 있다는 게 바로 보테로 역시 거장이라는 점일테지?
어쨌든 보테로가 보여주는 이 유쾌발랄한 패러디를 보고 웃음을 터트리지 않는 이가 누가 있으랴.

물론 웃음 이면에 발견하게 되는 극단적인 양감이 주는 압도감, 실사를 무시하는 확대와 축소, 감정을 거둬낸 무표정함, 아크로바틱할 정도록 동적인 순간에서조차 묘하게 전해지는 非동적인 느낌 등등... 미스테리한 의구심에 어느새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는 순간이 뒤늦게 찾아온다 해도...




오른쪽 아저씨, 엉덩이 밑에 카드한장 숨겨놓는 저 센스-
중절모한테 걸리면 국물도 없을텐데.
바닥에 흩뿌려져있는 담배꽁초의 디테일이 압권인데 무개념하게 잘라버리다니 아쉽다.




화폭이 비좁을 만큼 화면가득 클로즈업된 얼굴들!
개인적으로 보테로의 작품들 중 이런 종류의 작품들- 모나리자, 시인 -을 너무 좋아하는데,
전시 작품중에 가장 오랫동안 발걸음을 붙잡아두던 작품.
매끈하고 통통한 얼굴의 그 발그레한 홍조가 저렇게 웹으론 밖에 담아지지 않는다는게 침통할뿐. ㅠㅠ
사실 도슨트는 소녀의 얼굴이라 했지만, 솔직히 대부분의 보테로작품들이 그렇지만 순수하게 인물들의 얼굴에서 나이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상황, 의복, 헤어스타일 등으로 짐작될 뿐. 때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얼굴만으론 구별이 어려운 작품도 있을 정도. (설마 나만??)





투우사 시리즈는 매력없음. (순전히 개인적으로.)
보테로가 투우사양성학교에 다닌적이 있었다는 의외의 정보! 오호-



보테로의 인물들과는 달리 서커스의 동물들은 다이나믹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울부짓고 있는 호랑이들이라든가
이빨을 드러내고 희번덕거리는 코끼리, 익살맞은 원숭이, 갈기를 흔드는 말의 표정이 지금 떠올려도 생생하다.
오히려 인물들의 감정을 거둬낸 건조한 표정과 대비되어 독특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 듯.

얼굴에 분칠을 지운 무대뒤의 광대의 생각에 빠진듯한 얼굴은 뭔가 씁쓸하면서도 외로운 사람의 돌아선 등짝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이점은 보테로의 서커스 시리즈는 전반에 걸쳐 깊게 깔려있는 정서같다.
무대의 주인공들은 수많은 관객앞에 위험한 쇼를 하는 동안에도, 익살스런 광대분장 뒤에서도, 관객의 생생한 함성, 흥분, 긴장 속에 함께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세상속에 빠져 있는 것만 같다.


**



내 작품엔 모델이 없다.
모든 것은 나의 머릿속에 있다.
눈앞에 대상을 두는 순간 노예처럼 한정되버리는 걸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 페르난도 보테로/ 작가와의 만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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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보테로씨, 고마워요-
두어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즐거웠어요.

다음엔 모나리자와 시인을 다시 만나보고 싶네요.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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