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라는 신세상에 눈 뜬 이후, 한동안 질풍노도의 시절을 보냈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지막까지 끝내 섭식을 거부하며 버티던
기무라 타쿠야의 드라마 필모그래피(이유는 2009.07.12 포스팅 참고) 까지 어쩔 수 없이 손댈수 밖에 없었던
그 굶주렸던 시절에 나를 다시 눈뜨게 한 바로 그 작품.
잠자는 숲 그리고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
언제부턴가 부동의 시청률1위- HERO의 쿠리우와 같은 완전훈남 캐릭터로만 다가오는
기무라 타쿠야에게 점점 심하게 흥미도가 떨어질 무렵...
그렇게 두 작품은 좀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잠자는 숲 1998/후지TV
하지만, 난 식물원에서 일하며 대기업 상사에서 일하는 엘리트, 하마사키 키이치로라는 다정한 연인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3개월 후에 키이치로와의 결혼식도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시절 한 소년에게서 받은 러브 레터를 발견하게 되고 호기심 반으로 그 러브 레터의 당사자를 만나기 위해 고향 군마로 향한다.
놀랍게도 15년 전에 받은 러브 레터 속에 적혀진 날짜와 약속 장소에서 만난, 러브 레터의 주인공은 이토 나오키라는 청년으로 그는 미나코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조리 감시하고 있는, 무서운 남자였다. 그리고 그 이후, 나오키는 미나코의 일생에 직접적으로 끼어들며 미나코를 혼란스럽게 한다. 하지만, 나오키에 대한 혼란스러움과 과거에 대한 기억의 단편들을 떠올리게 되는 미나코. 마침내 그녀는 자신이 그 동안 갖고 있는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과거 기억을 찾아 ‘잠자는 숲’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 곳에는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어둠의 기억이 기다리고 있는데...
벌써 십년이란 세월이 차고 넘친 "잠자는숲"은
시작부터 90년대 분위기가 화면을 그득 채울 때부터(98년이니 당연하겠지만)
익숙한 듯 낯설다.
잠자는 숲
마치 그림형제의 움울한 어른동화같은 느낌.
알 수 없는 비밀과 미스터리한 스산한 기운이 감지되는지.
미리 플롯에 대한 사전정보가 있었던 터라
녹음이 가득한 숲에 한줄기 빛이 쏟아지는 첫 시작부터 뱃속은 이미 움울움울하면서 초초해져 왔었다.
미스터리-스릴러 류에 반감없이 늘 오픈마인드인 본인이지만 어째 같은 장르여도
개인적으로 그닥 땡기지 않는 "선혈난무-일가족살해사건"이란 소재가 시작부터 좀 깨름하긴 했었다.
이후 "일가족살해"라는 게 일드에 그리 어렵지 않게 등장하는 소재란 걸 알고 익숙해질 무렵부턴
대략 이런 거부감도 조금씩 무감해졌지만,
그래도 뭔가 미드 속의 혈흔낭자한 사건들은 아무리 사실적으로 그려져도 '영화적'인 느낌을 떨칠 수 없다면
일드는 굉장히 기괴하면서도 묘하게 너무 현실적인 느낌일 경우가 많아서
당시로썬 좀 심리적 타격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어쨌든 끝까지 매회 손을 뗄 수 없었던 건 역시 스토리의 힘!
이젠 '반전'이란 말이 장르불문 너도나도 필수공식이 되버린 요즘이지만
잠자는숲의 얽히고 설킨 과거와 현재의 끈, 그리고 복잡한 인간관계는 '반전'이란 한마디로
뚝딱 정리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을 함의하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의 미스터리 "key" 나오키.
어딘지 위험하고 불안한, 비밀을 가진 기무라 타쿠야는 내게 굉장히 낯선 얼굴이었다.
프라이드로 첫 테잎을 끊고 잡다하게 그의 소시민적 영웅 캐릭터만 접하다 (직전에 본 드라마는 무려 '히어로')
잠자는 숲의 나오키를 만났다고 생각해보라.
내 기분탓일런진 모르지만 작품에 대한 열의가 넘치는 어린(상대적으로) 타쿠야의 날선 연기는 대단히 신선했고
미호 주변을 머뭇거리며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볼때의 타쿠야의 시선은
떠올릴 수록 지독한 이 드라마를 끝까지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점점 후반부로 치닫을 수록 결말을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은 느낌.
보고나도 자꾸만 누군가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듯한 강한 여운.
기무라타쿠야의 재확인.
나오키: 잠자는 숲이라고 있잖아. 그 프랑스의 유명한 동화중에서...
그 공주님은 눈 뜨자마자 왕자님의 프로포즈를 승낙하잖아.
잘 생각해보면 그건 좀 이상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않아?
미나코: 응?
나오키: 왜냐하면 그 공주는 계속 자고있었쟎아
왕자님이 자기를 깨우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했는지도 전혀 모르면서
눈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결혼상대자로 결정해버려도 되는거야?
미나코: 아마 서로의 눈빛으로 알았을거야.
이 사람이 운명의 사람이란걸...
자기를 위해서 마녀와 목숨을 걸고 싸워준 사람이란걸...
나오키: 눈빛만 보고 어떻게 알아?
미나코: 알아
나오키: 지금 하나도 납득이 안돼.
미나코: 있잖아...
나오키: 응?
미나코: 내가 깨어났을때 내옆에 꼭 있어줄거야?
나오키: 응.
미나코: 정말?
나오키: 꼭 있을께. 내가 있을께.
미나코: 약속이야.
- 眠れる森(잠자는 숲) 中
오래오래 죽음같은 깊은 잠에서 깨어난 공주는
인기척 하나 없는 낯선 숲 속에 홀로 깨어나
두려움과 외로움에 울어버렸다.
- the end
동화가 없는 세상. 그래서 계속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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