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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빈'감성쇼크

십이야(Twelfth Night) : 그 길고 지루한 밤

by 엘빈 2009. 10. 2.
세익스피어, 
공연 프로그램 한쪽에 자리잡은 당신의 이름에 죄스러워

차마
고개를 떨구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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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동 인산아트홀(구 로빈아트홀)
                                                                      극단가변/ 연출 이성구





대체로 논할 것이 없음.

2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에 배우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민망할 정도.
만약 오늘 세익스피어가 공연장 한자리를 차지하고 관람을 했었다면
무대 위로 벌떡 뛰어올라가지 않았을까 싶다.

말도 안되는 싸구려 개그의 몸부림 
군데군데 이빨나간 엉성한 짜임
호흡법조차 안되 무슨 말을 하는지 알수없는 배우들,
차라리 부르질 말든지- 고음불가 이후 최고의 불협화음: 떼창
불과 100석 남짓한 소극장에서 자기소리를 먹는 배우들-


어이없게도 극단가변의 『십이야』작품소개 헤드라인은 이것이다.

" 사랑의 멜로디로 가득찬 열두번째 밤"

불협화음의 정수를 들었다! 보았다! 
음악 깔고 우워우워- 목소리 얹으면 그게 사랑의 멜로디인가. 모를 일이다.


" 가슴 뛰는 소리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한숨이 파도소리보다 큰 사랑과 축제의 섬 일리리아에 초대합니다."

두번은 거절하고 싶다. 내 안의 세익스피어를, 십이야를 더이상 욕되게 할 순 없다.


" 세익스피어의 주옥같은 명대사들로 이루어진 유쾌한 사랑 이야기에 성은 혼동으로 펼쳐지는 해프닝"

그 주옥같은 명대사들마저 쑤-레기처럼 만들어보리는 놀라운 현장


" 엇갈리는 사랑의 연결고리...세익스피어식 열정과 코미디 요소의 결합"

엇갈리는 배우들의 발연기...세익스피어식 열정과 코미디는 대체 어디에???


**


돈내고, 카드긁고, 시간내서, 발품팔아
공연장을 찾는 어리석은 짓은 말라.

설령.
당신의 손에 우연히 초대권이 쥐어져도 외면하라.
행운이 아니다.

값싼 웃음 뒤 허탈한 후회와 분노만 남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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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공연 잘 봤어-
널 원망하지 않아. 그래도 우린 친구잖아.